"테러범, 유럽·파키스탄·북한 등 여행한 뒤 변했다"
뉴질랜드에서 50명의 희생자를 낸 이슬람 사원(모스크) 무차별 총격 테러가 반이민·반이슬람주의에 휩싸인 '외로운 늑대'(lone-wolf·전문 테러조직이 아닌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7일 CNN 등에 따르면 호주 국적의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는 지난 15일 범행에 앞서 인터넷에 올린 70여쪽의 매니페스토(선언문)에서 이민자, 특히 무슬림들을 '침략자'라고 표현하고, 그들에 대한 '복수'라는 용어를 여러 번 썼다. 그는 이런 선언문을 뉴질랜드 총리에게도 보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행 9분 전 테러범에게서 e메일로 선언문을 받은 30여명 중 한 명이었다"며 "극단적인 견해에서 나온 이념적 선언문이 이번 총기 테러와 연관돼 있다는 건 매우 근심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또 수사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들을 분석한 결과 한 사람만 구금된 것이라며 "다른 총격범은 없었다"고도 밝혔다. 뉴질랜드는 인구의 약 20%가 아시아와 중동, 남태평양 출신이다. 태런트는 세계 어느 곳도 대규모 이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걸 보이기 위해 뉴질랜드를 범행 장소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민자에 대한 증오도 쏟아냈다. 그는 "모든 프랑스 도시와 마을엔 침략자들이 있다"면서 이들을 위협하고 물리적으로 제거해 유럽으로 들어오는 이주 비율을 직접 낮추겠다고도 썼다. 외신들은 그가 2011년부터 7년간 북한을 포함해 해외 각지를 여행한 뒤로 성향이 바뀌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WSJ 등에 따르면 그가 범행을 구체적으로 계획한 건 2017년 4~5월경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 유럽을 여행할 즈음으로 추정된다. WSJ는 "당시 유럽은 시리아 등 분쟁지역에서 탈출한 난민이 대거 유입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력했던 시기"라고 전했다. 여행지엔 북한도 포함돼 있었는데 호주 ABC방송은 태런트 등 단체 관광객들이 김일성 주석 동상이 있는 북한 양강도 삼지연 대기념비에서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태런트 자신은 2011년 노르웨이에서 77명의 사망자를 낸 반이슬람주의 극우 테러범 안데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로부터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건이 백인우월주의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 아주 심각한 문제를 가진 소수의 사람이 벌인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황수연 기자